theQ. 추억을 먹다


 
헝가리라는 나라는 나에게 하나의 작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물론 헝가리 라는 나라를 지금껏 방문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10여년전 일본에서 만난 "쥬리"라는 헝가리 청년을 난 기억한다
동갑내기였던 헝가리 청년 쥬리와 난
일본 시즈오카현의 우사미 라는 아주 조그만 마을에서 만났다
그는 그곳 마을 유러피안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난 그곳 마을에서 1년간 지냈던 적이 있었다
쥬리는 날 위해 헝가리 음식을 가끔 만들어 주곤 했다
그가 만들어 준 헝가리 음식 중 잊지 못한 음식이 있었으니
그 음식은 바로 치킨 파프리카 라는 요리다
지난 10여년 동안 그 친구가 만들어 준 음식을 한국에서 얼마나 찾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음식을 찾지 못했고
언젠가 정말 기회가 된다면
치킨 파프리카를 먹으러 헝가리에 가보리라고 정말 말같지도 않은 생각을 해왔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난 정말 그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행동에 옮기고 있다
물론 쥬리와의 연락이 끊긴지는 오래지만
10여년간 줄곧 내 머리속에 남아 있는 그의 음식맛은 잊혀지지 않았다

  베네찌아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한다
장거리 이동이라 침대칸 예약을 필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함께 이동하게 될 친구가 생겼다

그녀의 이름은 빈

그녀는 스페인에서 태어났고 미국시민권자임과 동시에 한국인이다
복잡한 넘...

여튼 녀석은 침대칸을 예매하지 못하고 2등석 시트칸을 예매했다
기차가 출발하고 차장에게 물어보니
6명이 함께 자는 침대칸에 두명만이 목적지까지 이동한다는 정보

일단 녀석과 식당칸에서 수다 좀 떨다가
차장의 티켓확인이 끝나면
짐은 시트칸에 올려놓고
잠은 침대칸에서 자기로 했다
  
참고로 침대칸 예매자는 차장이 유레일 패스와 티켓을 미리 회수해 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나눠준다

이태리에서 헝가리까지 가는 기차는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헝가리 3번의 국경을 통과해야 한다

국경에 도착할 때 마다 각국 경찰과 출입국 심사관들이 여권을 검사한다
잠들려면 문이 부서져라 쿵쿵쿵 노크를 한다

"Passport!!Passport!!!"

새벽6시쯤 크로아티아와 헝가리 국경을 지난 기차는
다시 덜컹거리며 출발하기 시작한다

바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빈이 녀석이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더니
멍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오빠, 제 짐이 없어졌어요!"

장난치고는 너무 진부하다...
하지만 순간 녀석의 표정에는 좀 처럼 장난끼가 섞여 있지 않았다

 


진짜 없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녀석이 혹시나 하고 시트칸에 다녀와봤더니 사라졌단다
자전거 도난방지용 자물쇠를 장만했다며
뿌듯하게 가방을 묶어놓던 녀석의 모습이 순간 스쳐지나간다 
녀석은 기차에 오르기 전

" 아, 짐이 너무 많아요, 누가 그냥 확 훔쳐가줬으면 좋겠네, 없으면 편할것 같은데 "

라며 한 마디 했을 뿐인데...누가 들었나..녀석의 소원을...



물 한잔 마시면서 릴렉스 하고 있는 빈이
근데 녀석은 쥰내 평온해 보인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다 -_-;;
다른 녀석들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를 피울 상황인데도 침착하기 짝이없다

시트칸에 있었던 한 승객의 이야기에 의하면
짐은 아마도 도둑이 아니라 국경에서 경찰들이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일단 상황을 기차에 있는 차장에게 설명을 하고
어디로 어떻게 찾으러 가야하는지 물어본다

우리 차장 아저씨 영어가 짧으시다




같은 침대칸에 있었던 안나 라는 헝가리 소녀가 도움을 준다

"아마도 가방은 크로아티아 국경에서 경찰들이 회수해 간 것 같아,
차장이 전화를 해봤지만 아무래도 직접 찾으로 가야 한대"

안나는 혹시나 도움이 더 필요하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자기한테 전화를 하라며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기차는 예정대로 부다페스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부다페스트의 숙소다
정말 동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나저나 이곳 날씨 장난아니게 춥다;;;;
정말 늦가을 날씨다...




일단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집을 나섰다
녀석은 짐 풀게 없어서 너무 편하다며 까불어댄다



치킨 파프리카를 찾으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결국엔 찾지 못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아저씨께 다시 정보를 얻어야 겠다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춥기도 하고
뭘 할까 고민 끝에 아주 매우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바로바로 부다페스트에는 온천이 유명하다는 사실!!!

"노천온천!!!!"

부다페스트가 온천으로 유명해진 것은 2000년전 부터란다
로마가 이곳을 점령했을 때 토착민에 의해 발견된 온천은
관절,피부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터키가 들어오면서 더욱 발전했다

어째튼 노천온천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로써는 굿뉴스가 아닐 수 없다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온천은 세체니 온천이다
온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영복을 입어야 입장가능하다
수영복이 없을 경우 대여도 가능!!!




세체니온천은 2개의 야외온천과 실외수영장, 내부에는 온도별 온천탕, 사우나, 마사지실 등이 있다
물의 온도는 우리나라 대중탕의 물 처럼 뜨겁지 않다
약간은 미지근한 정도;;;살짝 아쉬운 정도;;;
그래도 담그고 있으면 기분 쥰내 좋다ㅏㅏㅏㅏㅏ

헝가리 사람들 우리 둘을 계속 쳐다본다 ㅋㅋㅋ
참 생각해보니 녀석은 자기 속옷이 비키니랑 비슷하다며
속옷 차림으로 탕에 들어갔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나 부다페스트 거리를 거닐었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부다' 라는 도시와 '페스트' 라는 두 도시가 합쳐서 형성된 곳이란다



한적한 부다페스트 중심거리를 지나면 '부다' 와 '페스트' 도시를 이어주는 다리가 나온다
세체니 란츠히드 다리 라는 곳이다


이곳은 어부의 요새라 불리우는 곳이다



어부의 요새에 오르면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펼쳐진다 




마냥 신난 비니



상점에 말린 고추들이 널려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한 컷
헝가리의 대부분의 요리에는 파프리카가 첨가된다 


아까 넘어왔던 세니란츠히드다리;;;
날씨가 갑자기 화창해져서 다시 한 컷!



국회의사당 옆을 지나고 있는 노란트램
대충 시내를 둘러보니 다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치킨 파프리카를 찾아보자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추천해 줬던 식당
헝가리에서는 '파프리카 시 치르케' 라고 불리운다는 치킨파프리카!!!



요거이 바로 치킨 파프리카!!!
아...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인가;;;;ㅠ_ㅠ
한 입 먹고 정말 눈물이 쏟아질뻔 했다...
고기는 살짝 질기긴 했지만....맛은 쥬리가 해줬던 맛 그대로...
사실 쥬리가 해줬던게 훨씬 맛있긴 했다;;;




요건 약간 육개장 필이 나는 굴뤼시 라는 헝가리 전통 음식이다
참고로 밥은 안나오고 이렇게 스프만 나온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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