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쥐박이와 히틀러의 판타지



오전 8시 40분 독일 베를린 행 기차를 기다린다
한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_-ㅋ

사실 프라하를 떠나기 전날 밤 한가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원래는 오늘 프라하에서 폴란드로 넘어갈 예정이였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동유럽의 춥고 우울한 날씨를 견뎌내지 못한 나는
결국 폴란드,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덴마크,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일정을 과감히 취소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남은 일정을 스페인에 올인하기로 한다
기다려라 에스빠냐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


프라하에서 출발한 기차는 5시간 후 베를린 역에 도착한다
베를린역에서 버스를 타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가보자
마루방이라는 한인민박집이다
저기보이는 파란 빌딩 4층에 자리하고 있단다
  


올~~~
도미토리인데도 2인실이다
침대도 넓직하니 좋고 화장실과 욕실이 방에 딸려 있다
원룸형 도미토리다;;;

짐을 간단하게 풀고 숙소 근처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여긴 365일 50%가격으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단다
단돈 7유로에 스테이크 + 음료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나중에 아르헨티나 가면 매일 소고기 배터지게 먹을 수 있다!!!!크하하하

그나저나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이시다
바람도 세차다...오자마자 날 몰아낼 작정이시구료...
늦은 점심도 먹었겠다
베를린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고고~!!



지하철을 타고 Ostbahnhof역에서 내리면 베를린 장벽이 보인다
161km에 달하던 장벽은 거의 다 허물어졌지만
1.3km의 장벽은 아직 남아있다
그 중에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라 불리는 곳은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장벽에 그림을 그려 넣은 곳이다

잠시 감상을 해보자


저기다 꼬추 그려놓은 자식은 뭐냐 -_-;응?응?확!


어라 벌써 끝이군;;;

먹구름이 점점 몰려오더니 결국 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젠장;;;
일단 숙소에서 나머지 유럽일정을 전부 계획한 후
앞으로 머물 숙소를 미리 다 예약해버렸다
곧 방학기간이라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초콤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옮길때마다 숙소 찾아보는것도 귀찮고 해서
아예 미리 예약을 해버리기로 한다


다음날도 베를린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려주신다
밖에 나가고 싶지가 않다...
추운데 이불속에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찰나

"형 시간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 하실래요?"

같은 방에 머문 민혁군이 갑자기 데이트 신청을 한다 -_-ㅋ
민혁군은 건축학도다
일본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이태리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하루종일 딩굴거리며 숙소 예약을 하니 벌써 민혁군과의 약속시간이다;;;
약속장소는 카이저 빌헬름 교회 앞
2차세계대전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교회 지붕이 일부 파손되었다
교회는 이 후에도 복구되지 않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차원에서 폭격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유명하다는 소시지요리와 소무릎연골요리이다
독일 맥주랑 같이 마셔야 한다는 편견은 버리자
언제 어디서나 함께 코카콜라...-_-;;;

민혁군은 오늘 밤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넘어간다
식사를 하며 장래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민혁군의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어떤 건축가가 되어야 하는지 요즘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신입생 시절 부터 좋아하던 유명한 일본의 괴짜 건축가가 있었다고 한다
그 건축가는 정해진 코스를 밟고 건축가로 입문한게 아닌
스스로 공부를 해서 굉장히 특이한 건축을 디자인 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좀 더 공부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보니
 기존의 건축가 세계에서는 그 괴짜 건축가의 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다고 했다 

본인의 마음속에서는 괴짜건축가의 감수성을 따라가고 싶지만
세간의 유수한 건축가들의 코스를 따라가야만 그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난 건축에 대해서 개뿔도 모른다
하지만 건축가든 누구든 자기만의 판타지를 하나쯤은 가지고 살면 좋겠다
나는 판타지를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뭐, 나 좋으라고 판타지를 가지란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_-ㅋ

나의 판타지는 뭘까
난 머리속에 생각하고 상상하고 있는 무언가를 현실화하고자 무던히 노력한다

나의 판타지는
놀이, 휴식처, 치료제

일을 할 때도
섹스를 할 때도
생활을 할 때도

생각하고 상상했던 무언가가 내 눈 앞에 현실화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이야말로
초현실적인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판타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세속적이고 현실적으로 변해가려 하는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덕분에 난 조금은 덜 철이 들었고
조금은 덜 세속적이다


황우석 박사는
자신의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대한민국의 기술로 일어서게 하고 싶었다

故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기술을 통해 힘없고 약한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저 사람이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싶은
소박한 판타지를 가진 사람들은
더욱 거대하고 이기적인 판타지의 소유자들에 의해 희생되어 졌다

히틀러의 판타지는
독일을 패망국으로 전락시켜 후세에게 베를린 장벽이라는 분단의 아픔을 남기고

쥐박이의 판타지는
온국토의 삽질야욕으로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고 명박산성을 남기고 있다




꿈은 크면 클수록 희망이 커지지만
판타지의 범위는 크면 클수록 상처를 받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