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불편한 사람 Part-1



베를린에서 바로 영국으로 이동하고 싶었으나 거리가 만만치 않아 중간 지점인 벨기에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베를린에서 벨기에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독일 쾰른역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야 한다
아침 일찍 베를린 숙소를 나선다
베를린에서 머물렀던 민박집 아주머니께선 오랫동안 여행하는 내가 신기한지 아침밥을 먹는 내내

"아이고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여행 할 생각을 했누, 밥이라도 잘 챙겨 먹고 다녀~"

라며 머슴밥을 퍼 주신다 -_-;;;
덕분에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쾰른행 기차에 오른다

5시간 후 도착한 쾰른...
가지고 있는 유레일 타임 테이블에는 2시간 후 환승 할 수 있는 기차가 표시되어 있는데
기차역에 도착해서 시간표를 아무리 봐도 없다...뭐지...
 안내데스크를 찾아가보니 문의하러 온 사람들의 줄이 장난이 아니다
순간 불길한 예감...
10분 정도 기다린 다음에야 순서가 찾아온다

"어, 나 벨기에 갈껀데 왜 기차가 없는 거냐?"

"오늘 부분적으로 열차 시간 변동이 생겼다. 니가 탈 기차는 한시간 전에 이미 떠났다"

"뭐? 야야야 뭐라고?"

"벨기에로 가는 기차는 6시간 후에 있다. 그걸 타라"

"뭐? 야야야 뭐라고?"

꼼짝없이 서울역 크기의 3배나 되는 쾰른역에서 멍때리게 생겼다
비가 와서 그런지 역안에는 노숙자를 비롯 관광객들과 경찰들 그리고 잡상인들이 가득하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브뤼셀 미디역에 도착했다
브뤼셀에는 한인 민박집이 두곳뿐이다
미리 예약해둔 째즈민박이라는 곳으로 찾아갔다
지상렬을 닮은 듯한 주인아저씨가 반겨준다
짐을 풀기전에 주인장은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아침은 8시부터
손빨래금지
밤11시이후샤워금지
오전샤워금지
귀가시간은 밤11시까지
방문은 살짝 닫을것
건물내에서흡연금지
취사일절금지

뭐 이리 해서는 안될게 많은건지...
그래...해서는 안될것들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
근데 이건 뭐 짐 풀자마자
안되는것 투성이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썩 즐겁지많은 않다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쓱 사라지는 주인장...
기숙사 사감같다...
내돈내고 눈치보게 생겼다
첫 날부터 왠지 불편하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브뤼셀 구경 시작
브뤼셀의 볼거리는 거의 몰려있기 때문에
미디역을 중심으로 출발을 하면 도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하다


브뤼셀에서 제일 볼 만하다는 그랑 쁠라스 라는 곳이다
일요일에는 광장에 시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그랑 쁠라스에서 가장 볼 만한 건물은 시청사 건물이다


시청사 안쪽에 들어가면 뭔가 다를 줄 알았느데 오히려 심플하다 


분수가 꼭 간밤에 술먹고 오바이트 하는 것 같다


브뤼셀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오줌싸개 동상을 구경해보자
주변에 온갖 오줌싸개 동상 모조품들이 즐비한걸 보니 근처에 온 듯하다



이거이 바로 브뤼셀의 명물 오줌싸개 동상이다
생각보다 동상이 너무 작아서 관광객들이 실망을 많이 한다
오줌싸개 동상은 1619년 제롬듀케뉴아가 만든 60cm가량의 청동상이다
세계 각국으로 부터 이 청동상에 입히기 위한 옷들이 보내져 와 때때로 중요한 행사에는 옷을 입혀 놓기도 한단다
우리나라에서도 故노무현 대통령이 한복을 보내준바가 있다
쥐박이는 삽자루 보낼라나...


브뤼셀을 대표하는 먹거리로는 와플과 초컬릿이 있다
오줌싸개 동상 바로 앞에 초컬릿 상점이 있어 들어왔다
얼마나 맛있길래 그러는걸까
함 먹어보자;;;



초컬릿은 갯수가 아니라 그램으로 계산한다
초컬릿 몸무게 측정 중인 우리 귀여운 상점 아가씨;;;
근데 3개 샀는데 3유로(약5,800원)가 넘는다;;;



길바닥에 쭈구리고 앉아서 시식 중;;;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더 맛있다;;;달달달



월요일임에도 대략 한산한 브뤼셀 시내거리


아루누보 양식의 왕립미술관
월요일이라 휴관이다;;;


왕립미술관 건너편에 있는 왕궁공원;;;
자전거를 내팽겨쳐 놓고 저렇게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유럽틱해 보인다


공원을 가로질러 나오면 왕궁이 보인다;;;
당근 안에는 들어 갈 수 없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휴관인 관계로 오후 3시쯤 되자
더이상 할 일이 없다
치안이 그닥 좋지 않은 브뤼셀 거리에는
빈곤한 이민자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인 도시의 느낌이 약간 침울한 분위기다
 
숙소에 돌아와 식탁에 앉아 사진 정리를 하는데
부엌에서 고기냄새가 난다;;;;끙;;;;
참고로 째즈민박은 아침만 제공이다
아침은 토스트다;;;;;;;;;
주인장부부가 고기를 먹는다;;;바로 옆에서....꼬르륵;;;;

한참 후 지상렬처럼 생긴 주인장이(참고로 주인장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식탁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내게 한마디 툭 내뱉는다

"밑에 내려와서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거긴 식탁인데."

"아 예....."

무슨 식탁에 금테라도 두른거냐;;;
훈계하는 저 말투는 또 뭐냐;;;

아 니미 불편해...

그래도 나는 평화를 사랑한다...
고분고분 바닥에 기어내려와 컴퓨터를 계속한다

밤 11시
주인장이 다시 거실로 나온다
뭐야 너 나 감시하니?

"정리하시고 내일 아침에 하시면 안되겠습니까?"

이건 또 뭐야...
내가 무슨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은 것두 아니고...
불도 다 꺼놓고 간첩마냥 조용조용 하고 있는데...

"제가 여기에 있는게 방해가 되나요?"

"아니요, 인터넷이랑 전기코드 끄고 정리할려고요"

아니 그럼 나한테 다 사용하고 정리해 달라고 말하면 되는거 아닌가?
이건 뭐 꽁짜로 얹혀지내는 것도 아니고
내 돈내고 지대로 눈치밥 먹는구나...

아 니미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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