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카네코 아저씨




카네코 아저씨는 일본인이다.
적지 않은 연세에 젊은 여행객들과 게스트하우스에 머문다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다소 걱정을 했지만
머무는 몇 일간 잘 지내고 계셨다
다만 런던에 도착하자 마자 겪었던 안 좋은 몇 가지 일들 때문에 조금 의기소침해지셨는지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
같은 방에 젊은 일본인 청년이 있었지만 카네코 아저씨와는 가벼운 인사말 이외에는
아무런 대화도 섞질 않으려고 한다
영어를 못하시는 카네코 아저씨는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과도 언어적인 문제때문에 거의 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
주인마나님이신 이진씨가 일본어를 할 수 있지만 카네코 아저씨를 일일이 돌봐 줄 수 없는 노릇이다
여행객 중에서 카네코 아저씨와 소통을 할 수 있는건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카네코 아저씨는 틈이 날때마다 소소한 이야기부터 정치,경제,문화,교육 -_-;;; 에 이르기까지
나와 담소를 나누는 걸 좋아하셨다

몇 일간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로 이사 마무리를 하느라 좀 바빴는데
대충 정리도 되고 해서 시내투어를 나가기로 한다

" 내일 시내 몇 군데 돌아다닐건데 스케줄 괜찮으면 저랑 같이 나가실래요?" 

전날 밤 혼자 방안에 계신 카네코 아저씨께 시내투어 동행의사를 물었다
방해가 되지 않겠냐며 나만 좋다면 따라다니고 싶다 하신다

다음날 조식을 챙겨먹고 카네코 아저씨와 시내 투어를 나선다




카네코 아저씨가 레스터 스퀘어 쪽에 가보고 싶어 하신다
주말에 누군가와 약속이 있는데 혼자 가는게 불안하셨는지 길도 확인할 겸 같이 가보기로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 데 교통정체가 장난이 아니다...
집을 나선지 20분이 지났는데 카네코 아저씨가 벌써 피곤하다 하신다...
날씨도 좋고 목적지까지 슬슬 걸어가는게 빠르다 싶어 일단 버스에서 내리기로 한다




레스터 스퀘에 앞에 도착했다
카네코 아저씨는 광장 앞에서 약속을 했다고 한다

" 누굴 만나기로 하셨어요? "

런던에 지인이라도 계신건지 궁금해서 여쭤본다

" 이쁜 아가씨~ 허허허 "

대뜸 이쁜 아가씨를 만나신다는 카네코 아저씨...-_-;;;
아저씨는 런던에 도착한 첫날밤부터 예약해둔 호텔이 사라져버리는 황당한 일을 당해서 쩔쩔매고 있을때
길을 지나던 어떤 친절한 일본인 아가씨가 직접 게스트하우스까지 모셔다줬다고 한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하신다 

" 데이트 하시는 거네요~!!! "

정말 내심 부러운 마음에 한 마디 던졌다...-_-;;;

" 데이트는 무슨...애비뻘 되는데... "

말은 그리 하셔도 카네코 아저씨의 다음 한 마디에는 어슴푸레 희망과 기대가 담겨 있다

" 이쁜 아가씨가 날 남자로 생각이나 해 주겠어? "

그 아가씨가 무지 이뿌게 생겼다며 잠시 생각에 잠기시다 미소를 머금으시는 카네코 아저씨...
내심 아주 쬐금 기대를 했지만
 아저씨는 다음 대화 챕터로 화제가 넘어 갈 때까지 끝내 같이 가자고 하시지 않았다 -_-ㅋ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영국식 카페와 프랑스식 카페가 마주하고 있다
서로 질세라 가게 간판보다 더 큰 국기까지 내걸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백년전쟁을 치뤘으며
현재까지도 보이지 않는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과 일본처럼...



레스터 스퀘어에서 가까운 코벤트 가든에 다시 왔다
난 이미 구경을 했지만 카네코 아저씨는 처음 와보는 곳이기도 하고
주변에 볼거리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주변에는 다채로운 공연들이 한창이다



차분하게 공연들을 구경하는 카네코 아저씨
갑자기 아저씨는 갈증이 나신다며 맥주를 찾으신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맥주 한잔과 오렌지쥬스 한잔을 시킨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하이드 파크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한다
점심을 먹으며 아저씨에게 구태연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았다

" 아저씨는 지금 행복하세요? "

아저씨는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말문을 여신다

" 글쎄, 그 행복이라는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구만... "

아저씨는 남들과 크게 다를것 없이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셨다고 한다
직장을 가졌고
결혼적령기가 되어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지고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가장의 역할을 해왔고
그러다 보니 벌써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고 한다

" 결혼 생활을 통해 내가 느끼는 행복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군, 그저 가장으로써 해야 할 도리를 했다는 것 이외엔..."

결혼 생활 10년이 지나면 배우자와의 관계는 무덤덤해지고
자식과의 관계 또한 소원해진다고 한다
그저 아저씨가 느끼는 행복은 은퇴 후 자식과 아내의 간섭없이
연금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카네코 아저씨의 인생은 굉장히 외로운 시간의 연속인 것 같아 보였다
아니, 그게 바로 이시대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의 모습인 것 같다
어쩌면 카네코 아저씨의 행복은
남자로써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인생을 달려온 책임감을 이제야 벗어던지고
다시 남자로써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이 행복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이드 파크는 굉장히 넓었다
축구의 종가답게 곳곳에는 축구를 즐기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좀처럼 카메라를 꺼내지 않으시던 카네코 아저씨가 카메라를 꺼내 무언가를 담고 있다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언니들을 담고 계셨다;;;
아저씨의 소형 카메라로는 먼거리에 있는 언니들을 담기엔 무리가 있었다

" 아 역시 좋은 카메라를 쓰는 이유가 있구만..."

아저씨는 연신 자신의 작은 카메라 기능의 한계를 한탄하신다 -_-;;;


" 큐짱! 저기 여자아이들 너무 귀엽지 않은가? "

아저씨가 지나가는 여자아이들을 흘낏 보시더니 탄성을 지르신다
10대 소녀로 보이는 아이들이다
우리 아저씨 나보다 더 어린 소녀를 좋아하신다 -_-ㅋ



" 큐짱! 저기 아가씨들 너무 대담하지 않은가? "

아저씨는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언니들을 재차 보시더니 감탄을 연발하신다
아저씨를 위해 사진을 대신 찍었다

" 아, 난 간이 콩알만해서 사진을 못 찍겠더라구, 큐짱은 용감하구만! "

아저씨는 카메라에 담긴 언니들의 모습을 감상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 음, 좋은 카메라야! " 






하이드 파크에 명물은 다름 아닌 Speaker's Corner 라는 자유발언대이다
굉장히 많은 런던시민들이 각가지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발언을 하고 있다




열변을 토하고 있는 런던 시민들



모이는 관객들이 없어도 열심히 발언을 하고 계신다
역시 주제 선택이 중요하구만...

좋은 날씨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런던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
러브액츄얼리 라는 영화를 보며
단순히 좋아하게 된 영국식 영어
런던에서 러브액츄얼리 처럼 로맨틱한 일들은 없었지만
러브액츄얼리 보다 재미있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었다




즐거웠던 시간들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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