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답답함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방콕 근교에 위치해 있는 칸자나부리 라는 곳에 가보기로 한다


방콕의 버스터미널은 동서남북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탑승하는 터미널의 위치가 다르다
오전 6시에 나와서 그런지 매우 한산한 터미널의 모습이다



요거이 바로 버스티켓이다
태국에서는 도착지까지 직행으로 가는 버스와 완행으로 가는 버스가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출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출발시간을 얘기하지 않고 목적지만 이야기하면
티켓팅을 하는 시점에서 가장 근접한 버스표를 끊어준다
물론 각 버스 회사 마다 창구가 다르긴 하지만 출발시간이 가까워 지지 않으면 창구가 닫혀있는 경우가 많다
난 이상하게 항상 완행을 끊게 된다
그래서 항상 교통비가 절약이 된다
하지만 시간은 두세배 더 걸린다는거...

내가 깐자나부리 라는 마을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타이거 템플' 이라는 곳에 가기 위함이다
무작정 '타이거 템플'이라는 곳이 깐자나부리에 있다라는 이야기만 듣고 차에 오른 나로써는
그곳이 꽤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깐자나부리 라는 마을에 도착하면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행이 뭐 이런거 아니겠어? 음핫핫핫!!!!"

하지만 그 웃음은 비극을 알리는 신호였음을 그땐 알지 못했다...니미...

칸자나부리에 두시간 정도 버스를 타니 도착이다
마을에 내려 우선 호랭이 그림부터 찾아봤다
타이거 템플이니 뭐 호랭이 그림만 그려져 있음 오케이다
허나 터미널 및 마을 주변을 두시간 동안 헤매였어도 호랭이가 아니라 고양이 그림도 없다
뭐야...낚인거?
침착하게 터미널에 있는 슈퍼아저씨에게 물어보자...

"아저씨, 저기, 타이거 템플 알아요?"

"뭐?"

yes라는 대답을 갈망하던 나로썬 what이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다ㅏㅏㅏㅏㅏ압해 지는 걸 느꼈다

"아저씨, 호랑이, 호랑이, 어흥~ 꺄오ㅗㅗㅗ옷"

"응...?"

아저씨 표정으로 봐선 머리털 나고 호랑이라는게 어떤 짐승인지 모른다는 판단이 섰다

이때 옆에 있던 젊은 태국인+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혼혈인 총각이

"i know tiger"

라며 한 마디를 툭 던진다

호랭이를 안다는 말이 이렇게 반가운건 처음이다 -_-;;;

"그럼 너 타이거 템플 이라고 들어봤니? 여기서 유명하다는데!"

"응...?"

젊은 태국인+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혼혈인 총각은 미묘한 표정을 남긴채 사라진다

이때 다시 나타난 어떤 아저씨

"너 타이거 템플 가고 싶니? 나 택시기산데 거기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 800바트만 내면..."

아저씨는 40분거리에 타이거 템플이 있으며 그곳지명도 알려준다
하지만 800바트에 입장료 500바트를 더하면 1,300바트...
숙박비가 650바트 (약25,000원) 임을 감안할때 비싸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난 기사 아저씨에게 그곳 지명이름을 알아내 버렸으니
더이상 택시를 탈 이유가 더더욱 없어졌다
아저씨에게 작별을 고하고 버스티켓을 구입
타이거 템플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안에는 관광객 제로...버스는 만원...입석 손님들도 굉장히 많다
한시간 정도 달려
버스 안내양이 나보고 "타이거,타이거" 그러면서 빨리 내리란다





버스는 국도 중간에 정차를 하고 날 버려둔 채 휭~하니 떠나버린다
내리면 뭔가 있을줄 알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안내양은 저 길을 따라 쭈욱 걸어가면 호랑이가 나온다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표도 없는 길을 따라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그래도 답답한 도심속을 벗어나 한적한 마을에 오니 마음은 상쾌하다

"여행이 뭐 이런거 아니겠어?음핫핫핫!!!!" 

호랑이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
 처음엔 가벼웁다가
30분쯤 지나니 그늘 하나 없는 국도가 뜨거운 후라이펜처럼 느껴졌다


헥헥거리며 길을 걷는데 뒤에서 빵빵거린다
돌아보니 어떤 오토바이 아저씨가 타이거 템플 가냐면서 타란다
아싸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탑승한지 3분 만에 도착 -_-;;;
아~그래도 간만에 느껴보는 사람냄새 나는 친철함~~
좋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저씨는 이곳 사원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카메라를 꺼내니 매우 수줍어 하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 타이거템플까지는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은 호텔에서 버스투어로 온다고 한다
나처럼 개인적으로 오는 관광객은 거의 드물다고 한다






입장료를 사면 서약서를 써야한다
서약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관광객의 부주의로 호랭이에 물려도 사원의 책임은 없다;;;뭐 이런...
서약서를 제출하면 바로 입장 가능;
사원에 들어서면 음침한 오솔길 몇개를 통과해야 한다
새소리만 들리는 오솔길사이로 호랭이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하다
앞서 걷는 관광객도 살짝 긴장을 했는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조금 걷다가 내 눈길을 사로 잡은 이 변...
이 변은 필시 호랭이의 변일 것으로 추정된다 ㄷㄷㄷ


드디어 호랭이가 있는 메인 사원에 도착했다...
나도 살짝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호랭이 굴에 들어가보자

사원에 들어서자 마자 제일 먼저 나를 반겼던 녀석이다
이리저리 냄새를 킁킁 맡아댄다
먹고싶니?ㅋㅋㅋ

털을 만져보니 생각보다 빳빳한 털이다
고양이나 개처럼 부드러운 털은 아니다


엄마호랭이가 나타난다...-_-;;
미안 넌 못 만지겠다;;;



이곳에는 원래 버려진 새끼 호랑이 한마리만 한 스님에 의해서 길러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 마리 한마리씩 입양을 하면서 지금은 약 30마리에 가까운 호랑이들이 이 사원에서 지내고 있다
모든 호랑이들은 어릴때 부터 발톱을 제거하고 익힌 음식만을 먹이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야수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따라야 한다
까불다가는 호랭이 밥이 된다

 



무더운 태국의 여름 날씨엔 호랑이들도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다
다들 혓바닥을 내밀고 축 쳐져있다
사육사들이 물을 뿌려주니 기분이 좋은 듯 얌전히 앉아있다





아기 호랑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구 있다





풀 먹는 호랑이와 다정하게 한 컷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어미 호랭이와 한 컷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딩이 만져도 꿈쩍도 안한다




호랑이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걸어왔던길로 돌아간다

길...

혼자 터벅 터벅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몇 시간 전만해도 난 이 길을 걸었다
돌아가는 지금, 난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몇 시간 전만해도 이 길 위에서 세상의 온갖 불안과 걱정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었을 것이다

내가 걸어온 인생길도 이랬을 것이다
새로운 길을 걷게 되면 이 앞에 무엇이 나타날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건지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이기에 돌아가야 맞는건지
나 자신에게 수 도 없이 답변없는 질문을 했을 것이다

돌아가는 지금, 난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불안과 걱정 대신 지난간 행복을 되뇌이며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다

새로운 길을 걷는 용기를 가지지 못하면
되뇌일 행복이 적어지는 것 같다




오전에 내렸던 국도에 돌아오니 웬 멋쟁이 스님이 버스에서 내리시고
주섬주섬 옷섬에서 담배를 꺼내신다
나를 발견하고는 이리오라고 손짓을 한다
스님은 영어를 하나도 못하신다
스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태국말로 실컨 하시고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_-;;;

땡볕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오후 6시에 칸자나부리 터미널에 돌아가야 방콕에 가는 막차를 탈 수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애를 조금씩 태우고 있을 무렵
오토바이 한 대가 내 앞에 섰다!





자매지간으로 보이는 두 소녀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말을 건낸다
뒷 자리를 가르키며 타라는 시늉을 한다
영어는 못하는 것 같다
와우~! 오늘 오토바이 복이 터졌다

"여행이 뭐 이런거 아니겠어?음핫핫핫!!!!" 



신나게 한 시간을 달렸다
달리는 내내 하이바를 벗은 앞 자리 소녀의 머리칼이 내 얼굴을 때린다 -_-



한 시간을 달려 칸자나부리 마을에 도착했다
소녀는 날 터미널이 아닌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기차역쪽에 내려주었다
어째튼 이곳에서 터미널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음료수 두개를 사서 건네 주었다
그런데 두 소녀는 오토바이를 주차시키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설마 돈을 달라는 건가....???

몸짓 발짓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두 소녀는 자매가 아닌 모녀지간이며
남편과 이혼을 하고 둘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나보고

"go bangkok tomorrow, tomorrow"

이런다

어머나 이건 뭐지...
그런데 이때 갑자기 뻥이 아니라 쨍쨍했던 하늘에서 급작스러운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나는 두 모녀를 데리고 가까운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밥도 안먹었던터라
레스토랑에서 두 모녀와 함께 스파게티를 먹었다
스파게티를 먹는동안 그녀의 집이 어디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no home, no home"

이런다

이런 경우는 눈치없는 이광렬도 헤깔리는 순간일 것이다
정말 이 모녀는 집이 없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난 레스토랑 점원을 불러 통역을 의뢰했다
점원은 그녀의 얘기를 한참을 듣더니 이렇게 얘기한다

"그녀는 집이 없는게 아니라 너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거야, 물론 돈을 요구하겠지?"

씁쓸함을 뒤로 한 채 난 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 방콕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어김없이 50%의 친절을 베풀고 50%의 실망감을 안겨주고 만다

"여행이 뭐 이런거 아니겠어?음핫핫핫!!!!"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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