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내 인생 최고의 6분



 

어제 일찍 잠이 들어서인지 오전 6시에 눈이 떠졌다
샤워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니 6시45분
미리 체크아웃을 하고 로비에 앉아서 담배나 한대 피울까하고 로비에 내려갔더니
호텔 주인장이 멍한 표정으로 한마디 던진다

"너 8시 배 아니니?"

"응, 맞는데?"

나도 멍한 표정으로 대꾸를 했다
그랬더니 호텔 주인장이 멍한 표정으로 다시 한마디 던진다

"6분 남았네..."

"Wh...whatttttttttttttttttttttttttttt?"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인장 얼굴 뒤로 시계가 보인다
시계는 7시 54분을 가르키고 있다

"거짓말이라고 해줘ㅓㅓㅓ 거짓말이라고 해줘ㅓㅓㅓ"

라고 짧은 순간 난 마음속으로 발버둥을 쳤다;;;
그나저나 이냥반 이렇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어찌 저렇게 태연하게 전할 수 있단 말인가ㅏㅏㅏㅏㅏㅏㅏㅏ
내 눈이 잘못된게 아니라면
지금 상황을 두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겠다

분석1.  호텔 주인장이 날 놀래킬려고 일부러 시간을 한시간 앞당겨 놓는 매우 귀여운 장난을 치고 있다
(흠...하지만 이런 귀여운 장난을 칠만큼 호텔 주인장은 전혀 귀엽지가 않다...-_-;)

분석2. 그리스는 현재 썸머타임이 시작이 되어 표준시간보다 한시간 앞당겨져 있다
(흠...아무래도 요거이요거이 정답인 것 같은걸ㅋ...웃음이 나오냐!!!!!!!!!!!!!!!! -_-;)

오마이갓뚜!!!!
순간 눈 앞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항구까지 아무리 가깝기로서니
20키로 배낭을 메고 6분만에 배를 잡기란 쥰내 어려운 일이다

아니! 단연코 불.가.능 하다!

급박한 상황일수록 대처능력이 뛰어난 사내가 되어야 한다
침착하자 규형아;;;

"주인장!!!시동 켜!!!! 너의 터질 듯한 질주본능과 현란한 드리프트 실력을 보여다오!!!!!"

주인장의 수동 윈도우 오르내림 시스템이 장착된 1980년식 완후(완전후진)봉고에
나의 몸과 간절한 염원, 그리고 20키로 배낭을 함께 내던졌다

"삐그덕삐그덕,우당탕탕,끼리리리릭"

주인장의 완후봉고 안에 있던
깡통, 맥주병, 대.중.소형 해머형제들과  온갖  퀘퀘한 쓰레기들이
나의 몸과 간절한 염원, 그리고 20키로 배낭과 함께 나뒹굴고 있다;;;

내 평생 이처럼 숨막히고 스릴넘치는 레이싱은 앞으로도 영원히 경험하지 못하리오...

 


출항 1분전;;;
피노키오가 거대한 고래에 삼켜져 배속으로 빨려들어갔 듯
거대한 페리의 똥꾸멍 속으로 아슬아슬 빨려들어가 듯 들어왔다;;;

헥헥헥....나.... 이거 탔다....ㅜ_ㅜ

"끼이이이잉"

내가 승선하자마자 페리의 뒷문이 닫힌다
이건 뭐, 007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다

아;;;내 평생 잊지 못할 6분이였다





한 숨을 돌리고 선상을 보니 오늘 아침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던 처자와(모자) 웬 소녀가 놀고 있다;;;
앗쭈!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처자 나만 쏙 빼놓고 혼자 왔다;;;
배.신.자

약속을 했는데 사람이 안나오면 깨우던가 해야지 어찌 혼자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허나 곧 오해는 풀렸다...
처자는 오늘 아침 약속시간보다 늦은 7시40분에 로비에 나왔단다
 허나 로비에 나와보니 내가 없어서 혼자 가버렸다고 생각해 허겁지겁 달려왔단다;;;

처자의 이름은 윤선
신혼부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랜다;;;;
윤선은 대학 졸업 후 병원 간호사로 막 취업이 되었고
취업하기 전 여행을 나왔다고 했다

소녀의 이름은 서영
갱상도에서 공부하는 재수생이란다;;;
이집트,터키,그리스 요렇게 지중해 3국을 여행 중이란다

우리가 탄 페리는 산토리니로 직항하는게 아닌 파로스(Paros)섬으로 가는 배다
즉, 파로스 섬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페리로 다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서영은 사모스섬에서 티켓사기를 당했다;;;
산토리니로 가는 티켓을 예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 측에서
미코노스섬에 가야만 산토리니행 페리를 탈 수 있다고 속인 듯 싶다;;;

즉 나와윤선의 경로는
사모스(체류)->파로스(경유)->산토리니(체류)

서영의 경로는
사모스(체류)->파로스(경유)->미코노스(체류)->산토리니(체류)

요렇게 된다;;;

아까도 말했듯이 예상치 못한 섬에서 체류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비싼 페리 비용과 숙박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어째튼 서영은 아테네까지 페리를 타고 이동한다고 했으니
일정이 맞으면 언젠가 다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모스 섬을 출발한 페리는 약 5시간에 걸쳐 파로스섬에 도착했다




서영은 내리자 마자 바로 미코노스행 페리를 타고 떠나버렸다
산토리니행 페리 출발시간까지 한 시간정도 여유가 있어 점심을 하기로 했다
점심은 그리스의 전통요리인 수블라키 라는 음식이다
수블라키는 간단히 말하면 꼬치요리다
닭,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기호에 따라 주문하면 된다;;;

위에꺼가 치킨이고 아래꺼가 양고기인데
양고기라서 그런지 양이 푸짐하다ㅋ

점심을 먹으며 윤선이의 얘기를 조금 들을 수가 있었다
윤선은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을 나섰다고 한다
그러던 중
터키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동행을 하게 된 남자와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음...누구는 이렇게 여행하면서 로맨스도 터지는데 말야...
난 왜 안터지지 -_-ㅋ





승선하기 전에 승객들이 대기하는 장소이다
세 개의 플랫폼이 있고 플랫폼입구에 배편과 시간이 표기되어 있다



산토리니행 배가 들어왔다
아마 미코노스에서 출발한 배인 듯 싶다
파로스섬에서 산토리니까지는 약 3시간 정도 소요

산토리니섬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적다
하지만 섬이 생각보다 크다
항구 앞에 있는 여행사에서 호텔을 예약하자

산토리니섬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석양과 마을전경이 이쁜 이아마을이라는 곳이다
하지만 이아마을 주변의 호텔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대부분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곳이다;;;
이아마을까지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은 피라마을이라는 곳이다

여행사에서 싸고 좋은 호텔이라며 소개해준 곳은
이아마을도 아니고 피라마을도 아닌
블랙비치에 있는 호텔이란다

처음엔 어디가 어디인지 몰라 그냥 흘려들었지만
나중에 호텔에서 확인해 보니
이아마을은 섬의 북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블랙비치는 섬의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현재 시간 오후6시30분
난 산토리니에서 2박을 하기로 했고
윤선은 미리 페리를 예약했기 때문에 내일 오후에 다시 터키 쿠사다시로 돌아가야 한다

일단 열일 제쳐두고 석양을 보기 위해
이아마을까지 가는 방법을 물어보자

"이아마을까지 시내버스를 타면 되는데, 한 시간에 한대밖에 없어, 돌아오는건 9시가 막차고"

시내버스로 이아마을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시내버스타고 갔다가는 석양도 못보고 돌아오는 것도 힘들것 같다
그러자 아줌마는

"내 친구가 요 앞에서 렌탈카 샾을 하는데 싸게 해줄께, 차 빌릴래?"

가이드북에서는 제일작은 소형차가 24시간에 40유로부터 시작이다
근데 우리 아줌마 15유로에 빌려준단다;;;
계산해보면 1인당 8유로다;;
생각보다 많이 싸다!

설마 사모스섬의 완후봉고같은 차는 아니겠지;;;




그나저나 국제운전면허증도 가지고 있지 않는데 렌탈이 된단다;;;
어찌됬건 15유로에 요놈을 빌려타기로 했다
네비게이션도 없고 지도도 없고
뭐 일단 시간이 촉박하니 이정표만 보고 따라가보자;;;



생각보다 길이 멀다
현재시각 저녁8시;;;
한 시간은 족히 걸린 듯 하다
이아마을에 도착하면 그냥 다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일단 석양을 어디서 봐야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에도 안내 이정표는 없다

해가 지고 있는 쪽으로 무작정 향했다
하지만 결국 두번 정도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괜찮은 뷰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아직 해가 산자락에 걸려 있다
이아마을의 석양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 숨어있던 관광객들이 대거 모여있다
조금 일찍 서두른다면 쬐금 더 좋은 자리를 차지 할 수도 있을 듯




이아마을의 석양을 본 윤선이가 기분이 좋아졌나보다
윤선이는 보기와는 다르게 남정적인 성향이 짙다
그래도 산토리니에 왔다면서 포카리 스웨트 같은 원피스를 챙겨 입고 나온 걸 보면 여자같기도 하다 

산토리니에 1박2일 있으면서 윤선이 화보사진만 쥰내 찍어줬다ㅋ




아쉽게 해는 저물어 간다
관광객들은 해가 다 넘어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그도그럴것이 이건 뭐 동네 뒷산에서 보는 석양도 아니고
산토리니 석양인데;;;
뽕을 뽑아야지;;;




해가 있던 하늘에 어느새 보름달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파란하늘이 있을 때 오면 더 이쁠 것 같아
내일 오전에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어두워진 초행길에 제대로된 이정표가 없으니
몇 번은 길을 잘 못 들었다
그래도 두시간만에 숙소에 도착!!!

오는길에 과일과 과자를 사서 숙소에서 늦은 저녁끼니를 때웠다
그래도 산토리니에 온 목적은 달성했으니
조금 배가 고프더라도 기분은 좋다

샤워를 마치고 숙소 가까이에 있는 블랙비치에 윤선이와 산책을 나섰다
해변은 정말 칠흙처럼 어두웠고
밤 하늘의 보름달만이 어둠을 밝혀주고 있었다

모래사장에 누워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누군가와
이렇게 좋은 곳에서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게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음...마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시끌벅쩍한 나이트클럽에서
나만 이어폰을 끼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정도?

그래도 나쁘진 않다
어쩌면 이런 기분도
나에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테니까...




다음날 우린 어제밤에 산책을 나왔던 블랙비치에 다시 들렀다
정말 모래가 까맣다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레드비치도 있다고 한다
그쪽 모래는 빨갛단다




신발을 손에 들고 감상에 빠진 윤선이;;;
사진으로만 보면 굉장히 여성스럽다;;;
제대로 얼굴이 나온 사진은 반전을 위해 아껴두자




다음 이동지는 피라마을이다
피라마을은 이아마을보다 좀 더 규모가 크고 번화한 마을이다
항구와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성수기가 되면 이곳에 숙소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한다




피라마을의 작은 길들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피라마을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를 볼 수 있다




저 멀리 유람선 옆에 있는 섬은
아직도 분화작용을 하는 활화산이라고 한다
시즌이 되면 활화산에서 온천을 할 수 있는 투어도 있다고 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식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하지만 무지 비싸다는거;;;




다시 골목길을 따라 더 위쪽으로 올라가보자
위쪽 전망대에서는 피라마을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항구에서 피라마을까지  올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1. 케이블카를 이용한다(요금이 비쌈)
2. 동키를 탄다(요금이 저렴,하지만 동키 냄새 심함)
3. 걸어온다(완전초죽음)

암꺼나 골라보삼;;;
다 좋아보여서 망설여지나ㅋ




피라마을의 제일 높은곳에서 바라본 전경은
 험준한 바위산맥에 컴퓨터그래픽으로 하얀집들을 그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배가 고파서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해물 스파게티와 해물 리조또를 주문했다
가격이 초콤비싸다;;;
하나당 20유로;;;
음료수까지 먹으니 합쳐서 거의 10만원돈 나온다;;;
하루생활비 5만원인데...ㅠ_ㅠ

그래도 내가 언제 여기와서 또 요런걸 다시 먹을 수 있겠노;;;




비싼 점심 챙겨먹고 이아마을로 이동;;;
요게 바로 산토리니 섬의 주요 이동수단인  시내버스이올시다
하지만 한 시간에 한대꼴이라는거 기억해두시고요;;;




이아마을 입구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쁜 기념품 가게들이다



마을 입구를 지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교회광장이다
교회안에 들어가면  웬지사탕이 가득 들어 있을 것 같다
겉에서만 봐도 달콤한 느낌;;;


예쁘게 꾸며진 일반 주택가 같은 골목길
저 길 끝에는 뭐가 있을꼬 




어제 저녁에 왔을때하고는 완전 다른 분위기다;;;
너무 이쁘다
이거 너무 그림 같은거 아니야;;;
나의 눈 높이만 자꾸 올라간다;;;
이제 뭘 더 봐야 감탄을 할 수 있을꼬....



요런데에선 하얀바지에 하늘색 셔츠를 입고
여자친구랑 다정샷을 날려줘야는데
쥰내 우울한 샷들 뿐이군....



요거이 진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맞나;;;
근데 길바닥에 왜 이렇게 개똥들이 많니?




요거이 내가 머문 호텔!!!!!!!!!!!!!!!!
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여기 나랑 다시 올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웃어?



쟤는 저런 표정 짓는게 좋은가보다 -_-ㅋ
아니,,,사실 원래 저게 윤선이의 표정이다;;;

윤선이는 5시 페리를 타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
이스탄불로 간다고 했다

난 하루 더 머물고 다음날 아침 7시 배를 타고 아테네로 이동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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