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천국과 지옥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꾸바 아바나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한다
지금 시각은 밤 10시30분
과테말라를 출발한 비행기는 파나마시티를 경유하고 꾸바 아바나에 도착했다
과테말라시티 공항을 이륙한 순간부터 나의 불안은 멈추지 않는다
여행을 시작한 이래 느껴보는 최악의 순간이 찾아 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꾸바 아바나 공항에 도착하기 10시간전,
난 요한이의 배웅을 받으며 과테말라시티 공항에 홀로 남겨졌다
꾸바행 비행기 티켓을 발권받기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꾸바에서는 국제현금카드가 통용이 되지 않아 
꾸바에 체류하는 7일간 사용할 생활비를 US달러로 준비하여 꾸바 아바나 공항에서 현지화폐로 환전해야만 한다
현재 수중에는 US30달러가 전재산이다
국제현금카드를 이용해 현지ATM기로 현지 화폐를 인출하는 나로써는 US달러를 소지하고 다닐 이유가 없다

과테말라시티 공항내에 은행을 찾아본다
일요일이라 환전업무 이외에 은행업무를 보지 않는다
ATM기를 찾아본다
강남고속터미널보다 작은 과테말라시티 공항내에 ATM기는 달랑 2대...
2대 모두 현금이 바닥나있는 상태...
우왕좌왕하다보니 꾸바행 티켓을 발권해야할 시간이다

티켓팅을 하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꾸바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출발지 공항에서 꾸바 입국비자카드를 구입해야한다는 사실(US25달러)

현재 수중에 전재산 US5달러!!!

일단 파나마시티를 경유하니 파나마시티 공항내에서 인출을 하자...

5시간 후 도착한 파나마시티 공항
ATM기가 한대뿐이다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을 행렬이 엄청나다
비행기 환승시간까지 50분의 여유가 있다
20분간 줄을 기다려 인출을 시도한다...
꽝이다...국제현금카드도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도 먹히질 않는다...
   
현재 수중에 전재산 US5달러!!!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일단 꾸바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현재 스코어 꾸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 뿐이다
(꾸바에서는 미국계 은행에서 발행한 신용카드 이외에 다른 카드로는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외환신용카드와 현대M카드
하지만 둘 다 불안하다
외환신용카드는 스페인에서 사용 후 카드회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해외도난,분실이 의심되어 몇 번 나에게 전화를 했단다
전화를 받지 않아 일시정지를 시켜놓았다는 친절한 메일...-_-
현대M카드 역시 몇 번 현금서비스를 시도해봤으나 불통...

꾸바 아바나에서 아웃이 7일 뒤, 최악의 경우 공항내에서 7일간 노숙을 해야 한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나와 ATM기 부터 허둥지둥 찾는다
없다...장난이 아니라 정말 없다
환전부스의 아가씨에게 물어본다

"현금서비스 받으려고 하는데 ATM기가 어디 있니?"

아가씨는 일단 내 카드를 내놓으란다
카드깡을 한다(물건을 산 것처럼 신용카드로 긁고 현금을 내어주는 방식)

현대M카드 예상대로 탈락...
급한 마음에 국제현금카드를 보여준다
돌아오는 한 마디

"No puede(사용할 수 없어!)"

한 숨이 절로 나온다..뒤에는 환전을 기다리는 행렬이 늘어서 있다
마지막으로 외환신용카드를 건네본다
약 15초 후 들려오는 소리

"띠릭띠리릭~"

영수증이 출력되고 있다!!!!!!
외환은행 만세!!!!!!


내 눈 앞에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놓여 있다
꿈은 아니다
살았다;;;
숙소 예약도 안 했는데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한 가정집에 머물게 되었다
꾸바의 물가는 엄청나다
거의 유럽 수준을 능가한다
호텔이나 호스텔에 머무르는 건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하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꾸바 정부가 지정하는 민간 민박집(Casa)을 이용할 수 있다
기본 요금 US25달러 이내(식사 불포함)


새벽12시에 도착한 Jose(호세)아저씨 부부네 까사
숙박일지를 꼼꼼히 적고 계신다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호세 아저씨는 굉장히 유쾌하고 다정한 사람인 것 같다
아저씨는 나의 꾸바 여행스케줄을 물으시더니
이동하는 각 도시에 믿을 만한 친구들이 있으니 숙소를 미리 예약해 주신다고 한다


씻고 자리에 눕는다
벌써 새벽 한 시반을 넘었다
공항에서 노숙을 면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Buenas Noches..."



다음날 아침 서둘러 꾸바의 최남단에 있는 도시 Santiago de Cuba(싼띠아고데 꾸바)행 버스표를 예매하러 간다
친절한 호세아저씨 대형 시가지 지도를 창고에서 꺼내오신다
아바나 숙소는 크게
볼거리가 몰려있는 Habana Vieja(아바나 비에하)지역과
안전한 시가지인 Vedado(베다도)지역으로 나뉜다
호세 아저씨 집은 베다도 지역에 위치해 있다


호세 아저씨 집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걸어 Viazul(비아술) 터미널에 도착했다
꾸바의 대부분의 도시로 연결이 되는 1등급 버스터미널이다

꾸바의 화폐는 두가지로 나뉜다
현지인들이 쓰는 화폐인 MIN(뻬소)
외국인들이 쓰는 화폐인 CUC(꾹)

1CUC=1,400원(당시 환율)
1CUC=24MIN

따라서 외국인들은 현지인들 보다 24배의 비싼 물가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비아술의 버스비는 현지인도 외국인도 모두 CUC을 사용해야 한다
아바나에서 싼띠아고데꾸바까지 51CUC,16시간 정도 소요된다


요기는 전화방이다
전화번호를 건네주면 안내원이 대신 전화를 해주고 일정 금액을 받는다
호세아저씨가 버스표를 예매하면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음 도시 도착시각을 친구에게 알려주려는 모양이다


임무를 완수하고 택시를 탔다
아바나 시내를 구경하러 가보자
택시아저씨도 근무일지를 꼼꼼히 적는다


 

꾸바의 도시전역은 마치 전쟁직후의 도시모습같다
시내 상가의 건물에는 현란한 간판들이 보이지 않아 다소 생소한 느낌이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아바나 비에하 지역에 날 내려준다
아바나 비에하 지역은 성당과 박물관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성당과 박물관들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건
거리 곳곳 마다 눈에 띄는 꾸바인들의 활기찬 모습들이다



대왕시가를 입에 물고 있는 꾸바여인




거리 한 쪽에 영업중인 무기상점;;;
나도 총이나 하나 구입할까;;;


Plaza de la Catedral (대성당 광장) 주변에는 꾸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여인들이 많다

아바나의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오래된 식민지풍 건물들과 꾸바인들의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센뜨로 아바나의 상징인 Capitolio Nacional(까삐똘리오)거리 
미국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카피했다고 한다
꾸바의 독재자였던 Gerardo Machado에 의해 지어졌고
1933년 바띠스따 정권 수립당시 그의 동상은 부서졌다고 한다


입장료 5CUC을 내고 들어가보자



건물에 들어서자 마자 거대한 동상이 보인다
무슨 동상일꼬;;;

건물내부에 들어서면 먼저 꾸바의 전통 인형들과 그림, 조각품들 그리고 시가박스들이 늘어서있는 상점들을 지나친다


화려한 대리석과 인테리어는 한 때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었던 과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건물안 창문을 통해 바라본 센뜨로 아바나의 전경이 무척이나 소박하다



아바나의 명물중 하나인 꼬꼬택시
굉장히 깜찍하다 ㅋ



슬슬 허기가 진다
식당을 찾아보자;;;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값싼 식당은 현지인들의 행렬이 굉장하다
또한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냉소적인 곳도 많다

결국 찾은 곳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
바닷가재 파스타!!!
값은 8CUC(약11,000원정도)!!!
결코 싸지 않다...
하지만 맛은 있네 ㅋㅋㅋ

비싼 점심을 먹고 혁명전시관을 찾아갔다
이곳은 꾸바에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들에 대한 역사와
1868년 스페인에 대한 독립투쟁
그리고 1950년대 혁명투쟁까지 꾸바의 혁명 역사를 집대성해 놓은 곳이다



같은 공산권인 베트남 현재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 소련을 공산주의 체제의 룰모델로 삼았던 꾸바는 구 소련의 붕괴이후
중국과 베트남의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꾸바 근대혁명의 지도자인 까스뜨로 삐델에 관한 자료와 체 게바라에 관한 자료도 전시해 놓고 있다



아바나의 주요 관공서 건물에서 체 게바라와 까스뜨로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바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는 히치하이킹이다
가만히 구경을 하고 있다보면 차를 쉽게 얻어타는 건 여자들의 외모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_-;;


아바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꾸바에 와보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명칭
바로 Malecon(말레꼰)이다
센뜨로 아바나 지역에서 베다도 지역까지 뻗어 있는 방파제는
아바나 시민들의 놀이터이자
밤에는 아바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다


방파제 바로 옆에는 욕조처럼 조그만 바다풀장이 옹기종기 있다



낭만적인 말레꼰 비치와
반대편의 가난함에 찌든 삭막한 건물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이들에게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일까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