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지옥같은 투어



이른 아침 숙소 앞으로 투어차량이 픽업을 나왔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 수 없지만
오늘 투어는 나방이와 나 그리고 벨기에 청년 셋 뿐이다


차량은 가파른 좁은 골목길을 달려 왠 가정집 같은 곳에 잠시 정차를 한다
가이드 청년이 모두 따라 들어오란다 


광산에 들어가기 전 작업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비를 보니 이건 뭐 투어라기 보다 진짜 작업하러 가는 기분이다


헬멧과 고무장화에 묻은 먼지와 진흙이 오늘의 코스가 만만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가이드 청년은 우리를 쭉 훑어보더니 알아서 사이즈에 맞는 작업복을 챙겨온다


나방이도 이제 어쩔 수 없다
순순히 항복한다
그래 나방아, 오늘 하루 그냥 가는거다!!!!


으헤헤헤헤헤헤!!!!!!


작업복을 갈아입고 바로 광산으로 갈 줄 알았는데
다시 조그만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곳에 정차를 한다
가이드 청년은 다이너마이트를 사야 한다고 한다

" 으..응? "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나의 히어링은 놀랍게도 정확했다!!!!!우어~!
가이드 청년이 열심히 다이너마이트를 제조하고 있다...덜덜덜...


가방에 다이너마이트 하나씩을 쑤셔넣고 -_-;;;
광부 아저씨들께 나눠드릴 음료수와 코카잎도 구입한다
광부아저씨들은 오전에 지하광산에 들어가 저녁이 되어서야 나온다고 한다
공기가 부족하고 먼지가 많은 지하에서 광부들의 필수 아이템은 코카잎!!!
광부들을 만나기 전엔 코카잎 보다 음료수나 과자가 더 반갑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나만의 착각일뿐~!!!

우리를 태운 봉고차는 광산 초입에서 다시 정차를 한다
 


포토시 광산의 역사와 은의 채굴,가공 방법 그리고 얼마나 많은 양을 수출하는지 읊어준다


요거이 바로 은 광물...
요걸 가공하면 은이 된단 말이지...



열심히 경청중인 2人


더욱 열심히 경청중인 1人
-_-ㅋㅋㅋ


광산에 투입되기 전 절망하는 1人
ㅋㅋㅋ


광산에 투입되기 전 깨방정 떠는 1人
-_-ㅋㅋㅋ



마치 다른 별나라에 탐사를 나온 기분이랄까?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광산입구로 이동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씹는 담배를 껌처럼 오물오물 거리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선수들처럼 입구에서 만난 광부들은 하나같이
코카잎 봉지를 손에 들고 한쪽 볼이 빵빵해질때까지 코카잎을 입안에 밀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보는 시선은 뭐랄까...

" 그려잉~어디 오늘 한 번 죽어보더라고~ "

와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이였을까?



벨기에 청년이 묻는다

" 근디 시방 머땀시 안 들어가고 여기 있는겨, 우리 ? "

볼리비아 청년이 답한다

" 기다리바라 인마야, 먼다꼬 서둘러쌌노, 니 바쁘나? 지금 작업하는 사람들 교대한다카니까 쪼매있다 들가자 "  


마지막 작업 교대자가 투입되고 나서야
드디어 우리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칠흙같은 어둠과 먼지때문에 라이트를 켜도 10미터 전방 이후는 블랙홀 처럼 보일 뿐이다

그나저나 더스트가 장난아니다
마스크는 필수 아이템이다!!!!
투어신청할 때 아무런 귀뜸도 해주지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개별적으로 약국에서 구입했는데
아무생각없이 왔으면 젖댈뻔 했다



" 두루루루루루~ "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인력열차가 다가오자 볼리비아 가이드 청년이 소리친다

" 위험합니데이~!! 쪼메 비키이소~!!! "

잔뜩 겁먹은 나방이;;;
나방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떡볶이?
돼지김치찌게?
삼겹살?

꿀꺽...나만의 생각...

잡생각도 잠시 다시 행군이 시작된다

정말 두더지 굴처럼 좁디좁은 통로를 따라 500 미터 이상은 내려온 듯 싶다
처음엔 평지만 걸어가면 될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완전 해병대 극기 체험이다
통로의 1/3 이상은 허리를 필 수 없을 정도로 좁아서
박박 기어야 할 수준이고
내려가는 중간 중간은 발을 잘못 디뎠다간
뇌진탕으로 골로 가게 생겼다



뭔가 사고가 생긴 모양이다
인력열차가 레일위를 탈선해 광부 두명이 난감해 하고 있었다


인력열차니 사고수습도 인력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 힘 좀 더 써보드라고~!!! 아따~니미럴 써글것이 꿈쩍을 안하는고마잉 "

다른 곳에서 작업 중인 광부들까지 동원하기로 한다
죽을 똥 살 똥 사투를 버린끝에 인력열차는 겨우 레일위로 복귀되었다


작업 성공을 축하하며...-_-;;;
나방인 근데 왜 저렇게 미니미 처럼 나온거지...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최전선 지하본부다
광부들은 이곳에서 다시 수동 엘레베이터를 타고 300 미터 정도를 더 내려간다고 한다



지하본부엔 마음씨 좋게 생기신 소장아씨와 젊은 청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바리바리 싸왔던 음료수와 코카잎을 건네드렸더니 행복해 하신다 
관광객들이 광산에 들어와 일을 방해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광부아저씨들에게는 관광객들과 마주하는 이 시간이 유일한 낙이며 휴식이라 말씀하신다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나방이!!!


벨기에 청년이 묻는다

" 워메 이건 뭐대요? 솔찬히 지저분헌디...쓰레기통이여 머여 "

볼리비아 청년이 답한다

" 죽고 슆나? " 

쓰레기 더미속에 파묻혀 있는 정체불명의 나무인형은 이곳 광산의 수호신이다
그래서 광부들은 이곳을 지나거나 중요한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코카잎이나 음료수, 담배 등을 제단에 바친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수호신 입에 담배를 꽂아 놓았을 때
끝까지 담배가 타 들어가면 길조
중간에 담뱃불이 꺼지면 흉조라고 광부들은 믿고 있다고 한다 


이제 지상 밖으로 나가는 일만 남았다...
그나저나 광산 안에서 사진 찍는 것도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먼지가 워낙 많을 것을 예상해서 다음 3단계로 카메라를 보호했다

1. 비닐봉다리로 감싼다
2. 가방에 넣는다
3. 배부받은 작업용 포대기에 넣는다

보호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사진을 찍을때마다 2회나 걸쳐 3단계를 실시해야하는 번거러움이...



으아~~~~~~~~~~~~~~~~~~~~~~!!!
드디어 해방이다
광부아저씨들께는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답답한 지하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로썬
하루종일 탁 트인 공기가 너무 간절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벨기에 청년이 묻는다

" 근디 다이너마이튼가 뭔가하는 요거슨 언제 써먹을라고 요로코롬 모시고 있는겨? "

볼리비아 청년이 답한다

" 와? 터치고 슆나? "


볼리비아 청년이 우리들 가방 속의 다이너마이트를 회수하더니
능숙한 솜씨로 다이너마이트 폭탄을 제조하고 있다

" 빰빰빰빰빠 빠밤빠~ "
요런때 맥가이버 배경음악이 깔려줘야 하는 거다...
어린 나방이가 옆에서 맥가이버가 뭐야? 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쪼매만 있으면 터지니까 구경 잘 하이소 "

볼리비아 청년 이 한마디 남기고 혼자만 도망간다


나방이의 광산투어 평점

난이도 ★★★★★
안전성 ☆☆☆☆☆
만족도 ★★★★★
청결도 ☆☆☆☆☆

극과 극인 평점...
추천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하지만 해보지 않고 이렇게 평점을 내릴 수 없지 아니한가?
도전해보라
나름 잊지 못할 투어 중 하나로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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