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펭귄이 땡긴다



창밖을 보니 오늘은 아침 햇살이 좋다
새해 들어 이렇게 화장한 날은 처음인 듯 싶다



숙소 앞마당에 핀 개나리가 오늘따라 더욱 샛노랗게 윤이 난다


나방이의 뒤집어 입은 티셔츠도 오늘따라 감각적으로 보인다
새해부터는 모든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자...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집을 나섰다
펭귄이 갑자기 땡겼다
땡겼다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오늘따라 펭귄이 땡긴다...
땡긴다고 해서 펭귄이 먹고싶은건 아니다

무작정 항구로 달려갔다
항구앞에 남극의 관문인 출입국 관리소가 있다
물론 남극을 갈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반 여행객들도 할 일이 있다
지구땅끝마을 인증 스템프를 여권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증 스템프를 여권에 예쁘게 찍고
우수아이아 인근 섬을 둘러보는 배를 타보기로 했다

운이 좋으면 펭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엔 날씨가 좋더니
다시 스믈스믈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요런배를 타고 가면 멋지겠지만
우리가 탑승할 배는 너무 아담해서 이 큰 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큰 배라고 다 좋은건 아니다!
부러워하지 말자!


하늘과 닮은 아르헨티나 국기를 펄럭이며
 아담한 우리의 배는 거친 바람을 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친 바람때문에 턱받이가 나방이의 얼굴을 사정없이 휘감는다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나방이!

오늘따라 나방이가 멋있어 보인다


나방이의 사진 솜씨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작전회의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그대들도 펭귄을 갈망하는가?!


여긴 세상끝에 있는 등대...
장국영,양조위 주연의 해피투게더 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떠있는 등대가
외로워 보이지만 멋있다



열심히 작품활동 중인 여행객들


등대를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작은 바위섬이 나타난다
바위섬 위에는 바다표범 무리들이 뒹굴고 있다   


관광객들을 태운 또 다른 배가 바위섬으로 접근중이다


요건 투어비가 저렴한 배인듯;;;


모여든 관광객들을 향해 바다표범 얼짱이 먼저 환영의 키스를 마구 날려준다


나머지 무리들은 꿈나라...


잠자리를 두고 으르렁 대며 싸우기도 한다


" 워딜 꼼지락 거림서 기어 들어오고 지랄이여! "

라며 으르릉 댄다


신혼부부 바다표범도 거사를 치루다 말고 졸기 시작한다 


완전 대자로 뻗은 녀석도 있는가 하면...


여러 아낙네를 거느리고 단꿈에 빠진놈도 있다... 


차가운 바다바람 날씨에 얼어버린 볼따구를 식힐 겸 안으로 들어오니
따뜻한 차와 커피 그리고 쿠키가 마련되어 있다 
신나게 커피와 쿠키를 즐기고 있을 무렵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친다

" 펭귄이다!!!! "



흐릿하긴 하지만 검정물체가 보인다
앗! 정말 펭귄일까?!

가슴이 설레여 온다!

펭귄...펭귄...



배가 조심스럽게 바위섬 주위를 돌며 펭귄들에게 다가간다 

" 얘들아~기다려~ "


배가 바위섬 근처에 멈췄다

" 끼룩~끼룩~ "

아 근데 뭐지?
펭귄이 언제부터 갈매기처럼 울었던가...
가만히 보니 몸매도 좀 야리야리하다

가까이에서 봐도 헤깔리다
저게 정말 펭귄이야?



이자식들...새다...
펭귄을 닮은 새...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펭귄이다
펭귄이길 잔뜩 기대했던 다른 여행객들도 실소를 머금는다


멀리서 다른 배가 다가온다
멀리서 사람들의 외침도 들려온다

" 펭귄이다~! "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펭귄들이 남극과 가까운 쪽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한다

실망감을 안고 배는 또 다른 섬에 정박을 했다



그나저나 바다 한가운데에 왜 이렇게 많은 바위섬들이 있는 걸까?
그땐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에와서 궁금해지네...


바위섬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생화들이 간간히 피어있었다



펭귄이 땡겼던 오늘...
비록 펭귄은 보지 못했지만
찬 바람을 실컷 맞아서 그런지 기분은 상쾌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이드 언니가 럼주 한잔씩을 돌린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아~!!!!

" Salu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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