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 먹고 싶다면 낚아라



후지여관에 머무는 내내 세차 아르바이트를 고심하게 만들었던 주인집 자동차!
하루치 숙박비와 맘먹는 아르바이트 비용은 누구나 혹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가 너무 바쁘게 돌아다녀서 세차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추운 날씨에 맨 손으로 세차를 하는 것도 보람이 있을 듯 -_-; 

아쉽게도 아르바이트는 단념하고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송어낚시를 다녀오기로 했다
후지여관에 머무는 동안 주방 한쪽 켠에 붙어 있는 송어 사진을 보았다
대부분 엄청나게 큰 송어 사진이다
정말 해외토픽란에 기재될 만한 크기의 송어 사진도 있었다

낚시라고는 어릴적 자석으로 낚는 플라스틱 물고기 낚시가 전부인 나로썬
낚시의 손 맛이 무엇인지
기다림의 맛이 무엇인지
알 턱이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송어를 낚으면 송어초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후지 아저씨가 초밥집을 운영하기 때문에 낚은 송어를 가져가면 맛난 초밥을 만들어 준다함.)
(**계란후라이,소고기에 이어 먹을 것에 집착하는 새로운 나의 모습...)

지난번 나방이와의 소고기 분쟁이 있은 이 후로 미안한 감이 없잖은터라
오늘 거대한 송어를 잡아 송어초밥으로 배를 채우게 해주리라 는
비장한 각오로 차에 올라탔다
 
숙소에서 출발하자마자 다른 호텔에 투숙중인 남자 손님 두명이 송어 낚시에 참여하고 싶다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주인 아주머니는 급하게 핸들을 꺾어 남자 두명을 태우기로 하신다


센트로에서 4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국립공원 빙하 호수에 도착했다
빙하물이 녹은 호수라 호수빛이 에메랄드 빛이다
실제로 멀기는 하지만 육안으로 빙하 조각들이 떠내려 오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아기공룡 둘리가 아마도 저런 빙하에 갖혀 떠내려온 듯
그럼 둘리는 아르헨티나 국적일 가능성도...

깔라빠떼에서는 국립공원내에서 낚시가 합법이기 때문에 누구나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광활한 이곳 빙하호수를 찾은 낚시꾼은 우리 뿐이다

하하하!!! 여기에 있는 송어는 다 내꺼~


주인 아주머니께서 준비해오신 낚시대를 조립하고 계신다
오늘 아침 긴급하게 Join한 두 남자에게 먼저 낚시대를 건네주신다

송어낚시의 방법은 일반 낚시와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미끼(지렁이,떡밥,기타등등)를 메달아 기다리는 낚시와 달리
송어낚시는 루어로 잡는다
루어낚시란 반짝거리는 금속성 미끼를 낚시줄에 매달아 던져 릴을 감아올리는 낚시인데
릴을 풀고 감아올리는 동작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만일 릴을 감아올리는 타이밍이 너무 늦을 경우
금속성 미끼가 바닥에 가라앉아 돌사이에 끼어 낚시줄을 잘라내야만 하며
감아올리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면
송어가 미끼를 물 수 있는 속도를 맞출 수 없게 된다

뭐 이론적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실전에 임해 몇 번 연습을 해 보면 쉽게 손에 익게 된다


몇 번의 연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낚시질에 들어가기 전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 한다
후지 아저씨가 정성스레 싸주신 도시락엔
연어절임과 야채무침 그리고 쫀득한 밥 위엔 김이 덮혀 있다

필승을 다짐하며 식사 시작이다
맛.있.다.


설레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낚시질을 시작해 보자!


" 먹고 싶다! 송어초밥! "


배고픈 여행자의 울부짖음을 송어들이 들었나보다
초반부터 횡재했다

" 아줌마! 잡았어요!!! "

살아있는 생선이라곤 맨 손으로 잡아본적이 없는 난
낚시줄에 대롱대롱 메달린 송어를 데리고
한 걸음에 아주머니께 달려간다

" 와~ 이건 무지개 송어예요!, 등 빛깔이 일반 송어보다 화려한 색깔을 띄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낚시줄에서 송어를 떼어내며
나보다 더 흥분된 목소리로 대꾸해주신다

왠지 기분이 좋다
낚시의 손 맛과 기다림의 맛은 모르겠다만
초밥의 맛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근데 한 마리가지고 4명이 갈라먹기엔 모자르겠다..."

이내 푸념섞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이제 초반인데


" 나도 먹고 싶다! 송어초밥! "

건너편에서 낚시줄을 던지며 나방이도 울부짖는다
왠지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야속한 송어는 하루 종일 나방이의 루어를 물어주지 않는다


던지고 감고 던지고 감고
이거 정말 운동이다
일반 낚시와 달리 한시도 쉴 수 없는게 루어낚시의 특징이란다


몇 시간이 지나 모두들 힘들다며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을 동안
난 더 열심히 릴을 감는다

" 배터지게 먹고 싶다! 송어초밥! "

이제 단순히 먹고 싶다는 경지를 넘어선 울부짖음이다 
송어들이 다시 울부짖음에 응답을 해온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되는 순간이다

" 아줌마~!!!!! "



나방이와 함께 후지 아저씨의 스시집에 저녁을 먹으로 갔다
(*후지 아저씨의 스시집은 깔라빠떼 센트로에 위치해 있다. 하얀 간판에 스시바 라고 써있음)
 오늘 하루 모두 네 마리의 송어를 낚았다
그 중에서 세 마리는 운 좋게 내 낚시대에 걸려든 녀석들이다

후지 아저씨는 오늘 운이 좋았다며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포식할 수 있겠다 하셨다

아저씨는 대형 접시에 송어 초밥 30개를 담아 주셨고
나방이는 주딩이에 밥풀이 묻은 줄도 모르고 초밥 삼매경에 빠졌다

그날 우린 미친 듯이 대형 접시 두개를 비웠다

" 오이시이~ 오이시이~ "

를 외쳐대며 허겁지겁 초밥을 먹어대는 우리를 보며
후지 아저씨도 접시닦이 아르바이트 중이던 코헤이 군도
깔깔대며 웃는다
나방이와 나도 덩달아 깔깔대며 웃었다

무지개 송어 덕분에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는 또 하루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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